2-1 CHAPTER 2

5그램


손바닥보다도 작은 이 사원증의 무게를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그날, 

나는 퇴사를 결심했다. 


7번째 회사, 16년의 경력, 

어떤 회사인지 설명이 필요 없는 글로벌 브랜드에서의 경력이 이렇게 끝이 났다.


'가장' 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열심히, 정말 열심히 성실하게 일했다.


야근은 일상이었고, 주말에도 꼭 하루는 일을 하며 지냈다.

몸은 고되도 하는 일이 재미있었고, 덕분인지 혹은 운이 좋아서인지 성과에 대한 인정과 함께 매년 승진은 당연하게 느껴졌다. 


내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이대로라면 임원으로, 해외로, 지사장으로,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다니는 회사에서 이후의 기회가 보이지 않으면, 이직을 통해 더 좋은 기회를 찾으면 그만 이었다.




2021년 12월 31일.

여전히 일상 같은 야근을 하며, 

내일이면 40. 불혹이 된다는 생각에 잠겼다. 


40이 되는 지금. 나는 무엇을 이루었을까

높은 직급, 네임드 회사에서의 커리어, 작지않은 연봉.

남들은 부럽다 말할 수 있는 이 모든 것들이 모두 회사와 관련된 것 뿐이었다.




나는 지금 정말 행복한가?




지난 3년간 특히나 힘든 시간을 견디며

그 재미있던 일들은 이제 더 이상 새롭지도, 재미있지도 않아졌고

스트레스와 함께 자존감은 계속 낮아졌다.

더 이상, 열심히 하고 싶지 않아졌다. 



이렇게 계속 살 수는 없다.

하고 싶은 일들을 뒤로 하고 열심히 일만하며 살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가 되기 전,

나에게 마지막 유혹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열심이었던 나의 인생 1막을 내리고

이제, 인생 2막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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